묵상(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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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아흔아홉 마리
너희 가운데 어떤 사람이 양 백 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서 한 마리를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광야에 놓아둔 채 잃은 양을 찾을 때까지 뒤쫓아 가지 않느냐?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15,4 이 복음의 대목에서 한 마리를 찾아 나선 착한 목자의 이야기로 근 생각해 왔었는데, 오늘은 좀 다른 것이 보였다. '한 마리', '아흔아홉 마리'. 내가 잃어버린 한 마리라면 무안한 감사를 느꼈겠지만, 아흔아홉 마리에 속해 있다면 우리를 버리고 한 마리만 편애하는 주인으로 보며 '삐뚤어질 테다~'를 외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아흔아홉 마리에 속해 있다면, 안전하게 하루를 보냈음에 감사하며 기다리면 잃어버린 한 마리를 찾은 주인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고, 한 마리가 나라면 나를 찾아올 주인을 믿고 절망하지 않..
2024.11.07 -
따지지 말고 하십시오.
무슨 일이든 투덜거리거나 따지지 말고 하십시오. 사도 바오로의 필리피서 2,14 지금 나에게 벌어지는 일들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일들이 하느님의 뜻일 수도, 인간들의 욕심으로 인해 벌어진 일일 수도 있는데, 이 결정을 그냥 따라야 하는가?벌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이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아니라, 인간에게서 온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날을 세우고 일상을 전투모드로 바꾼다. 그 결과는 당신의 모상대로 만든 사람을 이웃이 아닌 적으로 보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비뚤어지고 뒤틀린 이 세대에서 나역시 비뚤어지고 뒤틀린 사람이 되어 버렸음을 느낀다. 지금의 이런 상황들도 하느님의 뜻일까?이런 상황에서 따지지 말고 해야할 것 하나가 떠 올랐다. 그것은 기도. 이런 때일수록 기도가 더 필요한 것 같다. "하느님 제 상태..
2024.11.06 -
양해를 구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양해를 구하기 시작하였다. 첫째 사람은 ‘내가 밭을 샀는데 나가서 그것을 보아야 하오. 부디 양해해 주시오.’ 하고 그에게 말하였다.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14,18 '양해를 구하기 시작하였다'라는 문구를 보면서 '핑계'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하지만 묵상하다 보니 '핑계'가 아니라 본인 나름의 잔치에 가지 못할 정당한 이유들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이들은 '무엇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본인의 일들이 더 소중했던 것뿐이다. 그 선택으로 인해 영원한 잔치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이들은 자신이 영원한 잔치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지 않았을까? 알지 못하였기에 할 수 있는 선택. 영원한 잔치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옆에서 보고 있었다면 어리석은 선택이라..
2024.11.05 -
네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을 부르지 마라.
네가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베풀 때, 네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을 부르지 마라. 그러면 그들도 다시 너를 초대하여 네가 보답을 받게 된다.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14,12 더 한상태가 두 가지 있을 듯합니다. 하나는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이 불러 줄 때만 가고 입을 닦는 것. 또 하나는, 찾아주거나 찾아갈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이 없는 경우입니다.하느님 안에서 벗어나면 식사자리도 결국 친교의 자리가 아닌 업무의 연장 밖에는 남지 않습니다. 이렇게 바쁨속에 살아가는 것은 내가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악마의 장난 같습니다. 바쁘게 살아온 것 같은데, 남아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말입니다. 이번달 월급을 받았고, 대출을 값았고의 이야기가 아..
2024.11.04 -
그러면 오래 살 것이다.
너희와 너희 자손들이 평생토록 주 너희 하느님을 경외하고, 내가 너희에게 이르는 그분의 모든 규정과 계명을 지켜라. 그러면 오래 살 것이다. 신명기 6,2 생명을 주관하시는 분을 앞에 두고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삶의 길을 가고 있는가? 죽음의 길을 가고 있는가?하느님의 자비에만 기대어 그분을 경외하고, 규정과 계명을 지키는 일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당신을 경외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 이렇게 두 가지밖에 없는 계명을 지키는 것이 왜 이다지도 어려운지. 여전히 들리는 총성과 무기, 듣지 않는 사람들, 빠른 세상 속에 외면당하는 많은 일들, 내밀지 못하는 손.나는 아직도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가장 강한 칼과 방패를 소우하였음에도 왜 구석에 쪼그려 떨 고 있을까?삶의 순간에서 기..
2024.11.03 -
예수님께서 입을 여시어
예수님께서 입을 여시어 그들을 이렇게 가르치셨다.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 5,2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예수님의 입을 쳐다보며 귀를 쫑긋 거렸을까? 그리고, 그분의 말씀을 들었을 때 얼마나 감동이었을까? 아무리 보지 않고 믿는 이는 행복하다고 말씀하셔도, 직접 목소리를 듣고 싶고, 먼발치에서라도 모습을 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예수님을 알고 있기에 하는 생각. 어쩌면, 내가 거기 있었다면, '사람들이 예언자라고 해서 왔더니만 못 알아들을 소리만 하네.'라며 그분을 알아 뵙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보지 않고 믿는 이는 행복하다 말씀하신 것일까?신부님의 강론을 들으면서도 그때뿐인 나를 보면, 이렇게 기록된 성서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것이 더 나은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잊었다는 것을 인식하..
2024.11.02 -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 5,12 지금이 고통스럽다. 하지만 참고 지내면 괜찮아 질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로 위안을 해보기도 하지만, 어떤 이유이든 고통 속에 머물게 되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이런 현세의 고통이 내가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아가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고통인가? 나의 욕심이나, 세상일을 거절하지 못함에서 오는 고통인가를 돌아 본다.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이유로, 먹고살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세상 속에서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굴러가고, 제로썸 게임을 하며, 조금 더 쉽게 일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지를 고민한다. 이 어디에도 하느님은 없다. 그러니 고통이 끝나도 하늘에서 받을 상은 없다. [백]..
2024.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