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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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 앞이라
임금은 몹시 괴로웠지만, 맹세까지 하였고 또 손님들 앞이라 그의 청을 물리치고 싶지 않았다. 마르코 복음 6,26 소신껏 일을 한다고 말하면서도 타인의 눈을 의식하며 하는 것들이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풀어지고 싶은 마음을 붙잡아 주는 용도로는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괴롭지만 억지로 행하여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달갑지 않을 듯하네요.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스스로가 만들어 버린 일, 나의 말 한마디로 인해서 생긴 일, 되돌릴 수 있지만 되돌리지 않을 일.이런 상황들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요한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시다. 이건 아니지 않다 싶다면, 괴로워하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들을 만들지 않는 하루 만들어 봅시다. [홍] 성 요한 ..
2024.08.29 -
먼저 잔 속을 깨끗이 하여라.
눈먼 바리사이야! 먼저 잔 속을 깨끗이 하여라. 그러면 겉도 깨끗해질 것이다. 마태오 복음 23,26 하루에도 수없이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 일들을 봅니다. 버스정류장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 안전모도 안 쓰고, 킥보드에 2명씩 타고 지나가는 청소년들, 보행자 우선 도로인데 씽씽 달리는 외제 승용차, 차창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는 이 등등 세상의 것들을 보고 있자면, 하느님께서는 싹 한번 밀어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순간순간 인상을 찌푸리면서 '하느님이 보시기에 나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는데, 하느님이 보기시에야 참 많이 보족해 보일 듯하네요. 순백색의 잔은 아니더라도, 뽀득뽀득 소리 날 때까지 스스로를 깨끗하게 닦아 보아야겠습..
2024.08.27 -
합당한 사람이 되게 하시고
우리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당신의 부르심에 합당한 사람이 되게 하시고, 여러분의 모든 선의와 믿음의 행위를 당신 힘으로 완성해 주시기를 빕니다. 사도 바오로의 테살로니카 2서 1,11 부르심을 받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그분을 따른다는 많은 사람들. 자신의 교리가 맞다고 주장하는 수많은 교파의 지도자들. 밤거리를 밝히며 늘어가는 십자가. 여전히 하느님 나라와는 멀어만 보이는 강퍅한 세상. 많은 이들이 그분께 합당한 사람이 되려 노력하고 있는 듯하지만 완성과는 아직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눈 높이가 높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우리의 선의와 믿음의 행위에 그분께서 힘을 부어 주시지 않기 때문일까요? 그분은 우리의 선의와 믿음의 행위에 완성을 위하여 지금도 노력하고 계신데, 우리가 부르심에 응답..
2024.08.26 -
결코
그러자 백성이 대답하였다. “다른 신들을 섬기려고 주님을 저버리는 일은 결코 우리에게 없을 것입니다. 여호수아기 24,16 이스라엘의 역사를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 거짓말 진짜야?', '말은 잘한다.'라고. 하지만, 그들의 말은 저 순간 만큼은 진심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도 그분을 믿고 따른다 이야기 하지만 늘 그 상태로 있지 못하기에 후회하기도 하고, 자책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사도신경을 기도할 때는 믿는다 고백합니다. 그때의 고백만큼은 진심이지 않나요? 변하지 않고 믿음의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단순히 '믿음'이라는 이 단어에서 '실천', '일상'이라는 단어로 넘어가면, 행동으로 당신을 따르고 있음을 고백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2024.08.25 -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
나타나엘은 필립보에게,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 하였다. 그러자 필립보가 나타나엘에게 “와서 보시오.” 하고 말하였다. 요한 복음 1,46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편견을 갖게 된다. 좋게 포장하자면 경험을 기반으로 한 예측 정도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이런 부정적인 편견들을 생존을 위한 진화의 산물로 이야기 하기도 한다. - 긍정적으로 사물을 대할 때 보다 부정적으로 사물을 대할 때 대비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인 듯하여 일정 부분 동의 하게 된다. 우리는 굳이 이런 편견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 편견을 깬다는 것 안에는 내가 지금까지 알고 믿어왔던 것을 버려야 하는 작업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런 부정적인 편견을 깨야 한다면 그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 듯하다..
2024.08.24 -
살로 된 마음을 넣어 주겠다.
너희에게 새 마음을 주고 너희 안에 새 영을 넣어 주겠다. 너희 몸에서 돌로 된 마음을 치우고, 살로 된 마음을 넣어 주겠다. 에제키엘 예언서 36,26 내가 하느님께 대한 의존도가 크고, 그 안에 머물려고 노력하지만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이상 무뎌지는 것은 사실이다.주변을 돌아보기보다 당장 해결해야 할 업무들에 집중하고, 사람들과 일을 하고 있지만 그 개인에 대한 관심을 갖기 않게 되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코로나와 MZ 세대들이 신입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굳어진 듯하다). 가끔은 작은 것에 눈물 흘렸던 때, 새로운 것에 신기해하며 관심을 갖던 때, 사람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지만, 마음은 벌써 무뎌져 무심히 지나치는 1인이 되고 만다. 이런 나에게 하느님..
2024.08.22 -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맨 나중에 온 저자들은 한 시간만 일했는데도,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군요.’ 하고 말하였다. 마태오 복음 20,12 내가 그들과 같은 처지였다고 하여도, 은근히 바랬을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우리의 기준으로 보기에, 보너스가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듯하다. 여기에서의 이런 바람과 고통도 결국은 누군가와 나를 비교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것이다. 1시간만 일한 사람과 온종일 일한 것을 비교하니 억울할 수밖에.... '하느님은 선한 사람이든, 악한 사람이든 똑같이 햇빛을 비추어 주신다.'라는 말이면 좀 더 이해가 쉽지 않을까? 나 역시 100% 선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기 어렵기에, 내가 맨 나중에 온 사람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2024.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