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주기에

2025. 2. 15. 01:00렉시오 디비나

사람이 대답하였다.
“당신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저에게 주기에 제가 먹었습니다.
창세기 3,12

 

타인에게 책임을 미룸.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이렇게 미룬다고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순간 만이라도 피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여기서 최악은 나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믿어 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버릇이 되면 모든 책임을 타인에게 있으며, 나는 늘 온전하고 선하며, 피해받는 불쌍한 이, 하느님께서 구해야 할 이 대상인 것이다. 이런 상황이면 하느님을 만날 수 없다. 

 

하느님은 죄인을 구원하려 아들을 보내셨는데, 나는 스스로 죄가 없으나 구원 사업에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아닌가? '내 탓이요'라는 문구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하느님의 구원을 보고서라도 내가 부족한 사람임을, 내가 행한 일임을 이야기할  있어야겠다. 나를 들여다보더라도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죽기보다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이런 남 탓이 버릇이 되어 버린다면  그 끝에는 감사도 행복도 없음은 자명하기에 한 박자 늦게 이야기하며 솔직해지는 연습을 해야겠다. 그것이 삶에서 발목을 잡는 일이 될지라도 모든 경우가 아니라도 하느님 앞에서는.

 

십자가 위에서 그분은 누구도 탓하지 않으셨다.

 

[녹] 연중 제5주간 토요일
2025년 02월 15일 토요일 독서와 복음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