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5. 08:10ㆍ일상으로의 초대
올해의 콘텐츠는?
티스토리 연말 결한 캘린더에서 물어보는 34개의 질문들이 모두 쉽지 않지만, 이 질문은 너무 막막했다. 무엇을 써야 하나.
영화는 무빙, 노래 중독성 있은 APT. 분명 올해 좋아했던 콘텐츠 들은 더 있었을 텐데, 기억에 없는 것을 보니 최근의 것들이 강하게 기억에 남는 것이 연말 평가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닌듯 하다. 그 기억에 추가될것 하나가 게엄령. 밤잠 자지 못하고 지켜본 이 컨텐츠가 앞으로 불러올 여파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흥미진진하게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매일 분열된 모습을 보여 주었던 국회가 단합되는 모습을 보았고, 올라버린 환율, 여행위험 지역으로의 분류가 먼저 눈에 띄인 부분이다. 잔잔한 호수에 돌 하나를 던지면 파동이 퍼져 나간다. 얼마나 크게, 얼마나 멀리, 얼마나 오래 퍼져 나갈지 궁금하다. 여기에 누군가 더 돌을 던지고, 바람마져 분다면 어디서 파동이 시작되었는지 모를 수도. 역시 최근에 가장 강하게 다가온 일이 기억에 남는 것임을 다시한번 기억하며, 지금까지 남아 있던 기억을 꺼내 무빙과, APT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 한다.
무빙
참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여러 인물과 다양한 상황들로 몰임도가 높았던 이 작품에서 가장 재미있게 봤던 것은 봉석과 희수의 달달한 러브 스토리.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둘만의 이야기 들이 요즘의 드라마들과 달라서 좋았다.
현실에서는 서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 부터가 쉽지 않은 걸 안다. 만나게 되는 사람이 멋있거나, 이쁘지 않다는 것도 안다. 멋진 추억만 있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현실의 자극적인 이야기들로 손님을 끄는 것보다, 환타지가 나은 듯 하다.
로제 아파트(ROSE & Bruno Mars - APT.)
나도 모르게 흥얼거릴 정도로 중독성 있는 노래. 사실, 술게임에서 APT를 한 기억은 없다. 단체로 모여 술을 마시다 분위기가 시들해질 타이밍에서 007빵을 시작으로 해서, 전국노래자랑, 초성게임까지 다양한 게임을 엉겁결에 해보기는 했지만, 이런 게임을 하게 되는 때는 보통 10명 이상 모여있을 때가 많아 APT는 탈락 - 많은 사람이 하기 어렵다. - APT를 할만한 인원이 모였을 때는 살아가는 이야기들로 가득차 게임을 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APT 게임을 한적이 없음에도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는 것은 중독성 있는 리듬 때문인것은 분명한다. 거기에 추억이 소환되어져서 더 강하게 기억에 남는것 같다. 소환된 기억은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난 술마시면서 하는 초성 게임이 늘 어렵다. 순발력 있는 아이들이 먼저 단어를 외치면, 그 단어를 제외한 다른 단어가 생각나는게 아니라. '내가하려 했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갑자기 머리가 멍해진다. 여기에 술을이 들어갔으니, 생각이 잘 나겠나고. 순간 필사적으로 단어들을 떠올리던 내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즐거움이기도 하고 그러하다.
위에 글을 쓰면서 하나를 더 추가해 본다. 10월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소식.
노밸문학상
10월 10일 발표된 노벨문학상은 환희 이면서 충격이었다. 이렇게 빨리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작가 '한강'을 먼저 떠올리진 못했다. 조정래 소설 한강이 먼저 떠 올랐다.
태백산맥등 유명한 작품들이 많지만, 양도 방대하고 해서 번역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노벨문학상으로 선정될 만한 임펙트는 없는 듯한데 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뒤로 하고 자세히 보니 작가 한강.
충격 다음에 든 생각은 '누가 번역했지?' 였다.
나의 짧은 생각으로는 '한국문학이 노벨상을 받기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였다. 작품성이 문제가 아니라 노벨상에 관여하는 누군가 관심을 갖고 읽고,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와 느낌을 알아야 하는데, 한글로 쓰여진 작품이다 보니 그 한계가 명확해 보였기 때문이다.
"'사뿐히 즈려밝고 가시옵소서'를 영어나 프랑스어로 어떻게 번역하냐고?"
이것이 내 생각이 였는데,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니, 번역한 사람이 궁금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분명 한류의 영향도 있을 듯 하다.
'소주'를 'Korean Vodka'라고 설명하듯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soju'로 쓸수 있다는 것 부터가 한류의 영향을
확실히 받은 것임을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주석을 달거나, 설명하지 않아도 그 단어만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은 그 만큼 감정이나 상황이 그대로 전달된다는 의미니까 말이다.
이 소설들을 읽으면서 불편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은 꼭 작품들을 읽어 내려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숙제도 아니고, 모든 분야에 개인적인 취향은 존재하니 말이다. - 다만, 소설의 불편함 뿐만 아니라, 이 불편한 작품이 왜 노벨문학상을 받았는지 정도는 알아두자. “역사적 상처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말 자체가 어렵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