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2025. 3. 4. 21:00렉시오 디비나

그때에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 10,28

 

베드로의 이 말이 왠지 당신을 따른다고 많은 것을 포기했는데, 내게 남은 것이 뭐냐고 묻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흔한 드라마에서 내가 널 왜 만나는지 모르겠다, 내가 너와 왜 결혼했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같은 억양이 느껴졌습니다.

 

성당 내 여러 단체에서 활동을 하다 보면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왜 해야 하는지? 에 대한 의문이 점점 차올라 나를 질식시킬 때가 있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활동이 없다 해서 하느님이 불편하실 것이 하나 없는데,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듣지 못하면서 왜 이 일을 계속해서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지배하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강제노동이 되고 맙니다. 이것이 당신을 향한 길이라면 힘들어도 걸어가겠지만, 특정 누군가를 위한 길, 기쁨도, 희망도 없는 길로 느껴진다면 지금 걸어온 길이 아무리 길어도, 걸어야 할 이유는 한순간에 사라져 버립니다. 

 

하느님의 일을 한다고 하면서 사람이 싫어질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완고한 인간들 사이에서 일하다 가신 당신을 기억하며 계속 그 일을 해야 할까요? 감실안에 계신 당신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지금까지 당신은 나에게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러하기에 이번에도 나에게 또 다른 길을 보여주실 것을 믿으며 당신이 가신 길을 조용히 따릅니다. 

 

모든 길에 이렇게 발판이 놓여 있다면 아무런 의심없이 따라 갈 수 있을까?

 

[녹] 연중 제8주간 화요일
2025년 03월 04일 화요일 독서와 복음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