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넣었기 때문이다.

2024. 11. 25. 07:46렉시오 디비나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을 예물로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지고 있던 생활비를 다 넣었기 때문이다.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21,4

 

교부들의 복음 해석들과는 달리 '자포자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여인이 대답하였다. "군 떡은 없습니다. 있다면 천벌을 받아도 좋습니다. 저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뒤주에 밀가루 한 줌과 병에 기름 몇 방울이 있을 뿐입니다. 저는 지금 땔감을 조금 주워다가 저희 모자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있는 것이나 모두 먹을 작정이었습니다."(열왕 17,12)

 

이 말씀이  떠올랐다. "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있는 것이나 모두 먹을 작정이었습니다." 성전의 저 과부도 자신이 갖고 있는 마지막 것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전부를 내어 드리면서, "하느님, 이제 제가 갖은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만이 저를 살리실 수 있습니다."라는 간절한 기도를 드리지 않았을까?

가끔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사람들은 이것을 기적의 순간이라 부르고, 믿지 않는 사람들은 흔치 않은 사례라고 이야기 한다. 당신이 계심을 느끼는 이 순간을 나는 '선물'이라는 단어로 부른다. 당연하게 맡겨 놓은 것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 주인의 마음에 따라 주시는 것이기에 그것이 크던, 작던 나의 마음에 들던, 들지 않던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선물을 받을 뿐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람은 이렇게 마지막 순간에, 나의 모든 것을 비워내는 순간에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게 되는 듯 하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런 순간은 올 것이다. 오늘도 자꾸만 옅어지는 감정들 속에서 내가 얼마나 간절히 하느님을 찾았는지  떠올려 본다. 그때 하느님께 받은 선물을 기억하며, 하느님을 잊지 말자 다짐해 보는 지금이다.

 

단풍의 붉음은 떠나기전 드리는 마지막 기도가 아닐까?

 

[녹] 연중 제34주간 월요일
2024년 11월 25일 월요일 독서와 복음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