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2024. 10. 9. 01:00ㆍ하느님 그리고 나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기도할 때 이렇게 하여라.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11,2
아버지.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다면 나머지 뒷부분의 기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나의 자격으로는 감히 아버지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홍길동전에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부분이 생각난다. 권한을 갖은 이가 '허' 하지 않으면 부를 수 없는 호칭. '호부호형을 허하노라.'라는 말을 들었을 때 홍길동의 마음을 어떠했을까? 저 기도를 처음 들었을 때 제자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천지를 만드시고, 세상만사를 손에 쥐고 계시며, 전지전능하신 분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게 되는 순간. '감히 제가 어찌...'가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었을까? 나의 부족함을 느낄 때가 특히 그러하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라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고백한 둘째 아들의 마음을 기억해 본다. 아버지가 옷을 입히고, 반지를 끼우고 잔치상에 앉혔을 때, 무조건 즐겁기만 하였을까? 감사하는 마음보다 불. 편. 한. 마. 음. 이 훨씬 컸으리라.
내가 예수님께서 알려주신 기도를 편하게 따라 드리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하느님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 그래야 입에서 잘 나오지 않는 말이지만, '아버지'라고 입 열어 볼러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